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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의 출처가 화면 안과 밖을 오갈 때 관객이 장면을 듣는 위치도 달라진다. |
영화를 보다가 배경에 깔리던 음악의 출처가 갑자기 화면 안에서 발견되는 순간이 있다. 그냥 영화가 우리에게 들려주던 음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인물의 이어폰이나 자동차 스피커에서 나오고 있었다. 반대로 장면 밖에서 흐르는 음악처럼 들리던 소리가 어느 순간 실제 공간에 있는 연주자의 소리로 바뀌기도 한다.
이때 달라지는 것은 음악의 위치만이 아니다. 관객이 장면을 바라보는 위치도 함께 움직인다. 영화 밖에서 장면을 내려다보던 관객이 인물이 듣는 세계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반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배경음악의 존재를 갑자기 의식하게 되기도 한다.
인물이 듣는 음악과 관객만 듣는 음악
영화 속 인물도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흔히 다이제틱 음악이라고 부른다. 라디오, 이어폰, 자동차 오디오, 공연장의 연주처럼 소리의 출처가 영화 속 세계에 존재하는 경우다.
반대로 관객에게만 들리고 인물은 듣지 못하는 음악은 보통 배경음악이나 스코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긴장되는 순간에 깔리는 현악기나 감정을 강조하는 음악이 가장 익숙한 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둘을 언제나 선명하게 나누지 않는다. 출처는 장면 안에 있는데 기능은 배경음악처럼 작동할 수도 있고, 배경음악으로 시작한 소리가 어느 순간 공간 안의 실제 소리로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경계가 흔들리는 순간이다.
《베이비 드라이버》에서는 장면 속 음악이 영화를 움직인다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음악은 주인공 베이비가 실제로 듣는 소리다. 그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차 안에서는 오디오가 재생되며, 다른 공간에서는 스피커에서 노래가 흐른다. 음악의 출처가 영화 속에 있다는 점이 계속 강조된다.
그런데 관객이 느끼는 방식은 일반적인 장면 속 음악과 다르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순간, 문이 닫히는 순간, 총성이 터지는 순간이 노래의 박자와 맞물린다. 음악은 베이비가 듣는 소리이면서 동시에 장면 전체를 조직하는 리듬이 된다.
보통 장면 속 라디오 음악은 공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반대다. 인물의 개인적인 플레이리스트가 편집과 움직임까지 끌고 간다. 그래서 관객은 음악을 밖에서 감상하기보다 베이비가 세상을 듣는 방식에 맞춰 장면을 경험하게 된다.
음악과 효과음의 구분도 약해진다. 총성과 자동차 소리, 발걸음 같은 현실의 소리가 노래의 박자 안으로 들어오면서 음악의 일부처럼 들린다. 장면 속 세계가 베이비의 플레이리스트에 맞춰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생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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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이 실제로 듣는 음악이 편집과 움직임의 리듬까지 이끌면서 장면 전체의 스코어처럼 작동한다. |
음악의 출처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리듬인가
여기서 단순히 “이 음악은 다이제틱이다”라고 분류하고 끝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더 눈여겨볼 것은 영화의 시간과 인물의 시간이 얼마나 가까워지는가다.
베이비가 듣는 노래가 장면의 속도를 결정하면 관객 역시 그 노래에 맞춰 사건을 기다리게 된다. 음악이 멈추거나 어긋날 때는 화면의 움직임도 이전과 다르게 느껴진다. 관객이 객관적인 시간보다 베이비가 체감하는 시간에 가까워진 것이다.
그래서 장면 속 음악이 배경음악처럼 강하게 기능할수록 인물의 사적인 감각은 영화 전체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한 사람이 듣고 있는 음악을 모두가 함께 듣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이 세상을 조직하는 리듬까지 공유하게 된다.
《버드맨》은 반대로 배경음악을 장면 안으로 끌어들인다
《버드맨》의 드럼은 처음 들으면 전형적인 영화 스코어처럼 느껴진다. 인물의 불안과 움직임을 따라가며 장면에 리듬을 붙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 드럼을 영화가 장면 밖에서 제공하는 음악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Riggan과 Mike가 극장을 나와 거리로 이동하는 구간에서는 드럼 소리의 성격이 변한다. 처음에는 장면에 붙은 스코어처럼 들리던 소리가 문에 가까워질수록 공간감을 얻고, 밖으로 나오면 실제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바뀐다. 결국 화면 안에 드러머까지 등장한다.
조금 전까지 영화 밖에 있다고 믿었던 음악이 갑자기 같은 공간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셈이다. 이 순간 관객은 자신이 음악의 출처를 얼마나 쉽게 가정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베이비 드라이버》가 장면 안의 음악을 영화 전체의 스코어처럼 확장한다면, 《버드맨》은 스코어처럼 들리던 음악을 장면 안으로 끌어들인다. 방향은 반대지만 두 영화 모두 음악이 어디에 속하는지에 대한 관객의 확신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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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어처럼 들리던 드럼의 출처가 화면 안에서 드러나면서 배경음악과 장면 속 음악의 경계가 흔들린다. |
경계가 흐려지면 장면을 보는 위치도 흔들린다
영화의 음악은 보통 관객에게 안전한 위치를 제공한다. 화면 안에서는 사건이 벌어지고, 배경음악은 그 사건을 어떻게 느껴야 할지 옆에서 알려준다. 둘의 위치가 분명하면 관객도 자신이 영화 밖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배경음악과 장면 속 음악의 경계가 사라지면 이 거리가 불안정해진다. 《베이비 드라이버》에서는 관객이 인물이 듣는 세계 안으로 들어가고, 《버드맨》에서는 영화 밖에 있다고 생각했던 소리가 갑자기 화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다음에 영화에서 음악이 들릴 때는 곡 자체보다 먼저 출처를 따라가 볼 수 있다. 인물도 이 음악을 듣고 있는지, 처음부터 출처가 보였는지, 어느 순간 화면 안의 소리로 바뀌는지 살펴보면 된다. 그리고 그 경계가 움직이는 순간 관객의 위치까지 함께 달라지는지 보면, 음악이 단순한 분위기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