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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이 렌즈를 바라보는 순간 관객은 자신의 위치를 의식하게 된다 |
영화를 보다가 인물이 갑자기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조금 전까지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장면을 지켜보는 관객이었다. 그런데 그 시선이 렌즈를 향하는 순간, 화면 속 인물이 우리 존재를 알아챈 것처럼 느껴진다.
이 변화는 얼굴이 정면을 향했다는 사실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시선이 누구를 향하고 있다고 영화가 느끼게 만드느냐다. 카메라가 다른 인물의 시점을 대신하는 장면이라면 정면 응시도 이야기 안에 머문다. 반대로 인물이 카메라 너머의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반응한다면 화면과 객석 사이에 있던 경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원래 관객의 자리를 숨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인물은 카메라를 보지 않는다. 관객은 인물 가까이에 있고 때로는 얼굴 바로 앞까지 접근하지만, 이야기 속 누구도 그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다.
덕분에 관객은 안전한 관찰자가 된다. 싸움이 벌어져도, 비밀이 공개돼도, 누군가 혼자 우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더라도 화면 속 인물에게 들킬 일은 없다.
그래서 인물이 렌즈를 보는 순간의 효과가 크다. 평소에는 투명했던 카메라가 갑자기 관객이 앉아 있는 자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가 우리를 숨겨주던 규칙이 잠시 멈춘다.
《퍼니 게임》은 그 시선을 불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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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응시는 관객을 안전한 관찰자의 자리에서 끌어낼 수 있다 |
미하엘 하네케의 《퍼니 게임》에서는 폴이 잔혹한 상황 한가운데서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 윙크한다. 이후에는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다는 사실이 더 분명해진다.
이때 시선은 친근한 인사가 아니다. 관객이 지금까지 어떤 위치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를 드러내는 장치에 가깝다.
폭력적인 상황을 보고 있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피해자 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폴이 렌즈를 바라보는 순간 그는 화면 밖의 관객까지 자신의 게임에 끌어들인다. 우리는 더 이상 아무도 모르게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직접 응시가 불편해진다. 시선의 방향 하나가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을 “나는 왜 이것을 계속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같은 카메라 응시가 《페리스의 해방》에서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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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카메라 응시도 관객을 친구나 비밀 공유자로 만들 수 있다 |
《페리스의 해방》도 인물이 카메라를 자주 바라본다. 하지만 여기서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퍼니 게임》과 거의 반대다.
페리스는 영화 초반부터 렌즈를 향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말한다. 부모나 학교 사람들에게는 숨기는 이야기를 관객에게는 거리낌 없이 공개한다.
그래서 카메라는 감시자의 자리가 아니라 친구의 자리가 된다. 관객은 페리스가 학교를 빠지는 모습을 밖에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획을 먼저 알고 있는 비밀 공유자처럼 느껴진다.
똑같이 렌즈를 바라보는 행동인데도 한 영화에서는 공격처럼 느껴지고 다른 영화에서는 초대처럼 느껴진다.
효과를 만드는 것은 시선 자체보다 관계다
직접 카메라 응시를 보면 흔히 '제4의 벽을 깬다'고 말한다. 무대와 관객 사이에 있다고 가정한 보이지 않는 벽을 인물이 넘어온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화를 읽을 때 더 재미있는 것은 용어보다 그 다음이다. 벽을 깬 뒤 관객을 어떤 위치에 놓는가를 보는 것이다.
《퍼니 게임》은 관객을 편안한 관찰자의 자리에서 끌어내 불편한 증인과 공범에 가까운 위치에 세운다. 《페리스의 해방》은 같은 방법으로 관객을 주인공의 친구처럼 만든다.
즉 직접 응시는 한 가지 감정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장면의 분위기, 인물의 태도,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가 결합하면서 효과가 달라진다.
정면을 본다고 모두 관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하나를 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인물이 화면 정면을 보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제4의 벽을 깨는 것은 아니다. 상대 인물의 시점 숏이라면 카메라는 이야기 속 다른 사람의 눈을 대신할 수 있다. 영상통화나 인터뷰처럼 이야기 안에서 카메라를 보는 상황도 있다.
따라서 다음 영화를 볼 때는 단순히 “배우가 렌즈를 봤다”에서 멈추지 말고 세 가지를 보면 된다.
첫째, 그 시선의 대상이 이야기 속 인물인가 관객인가.
둘째, 인물이 관객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가.
셋째, 그 순간 이후 내가 장면을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졌는가.
세 번째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직접 응시는 화면 속 인물의 행동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자기 자리를 의식하게 만든다.
카메라를 보는 순간, 화면은 거울이 되기도 한다
영화 속 인물이 옆 사람을 바라보면 우리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본다. 하지만 그 인물이 렌즈를 바라보면 시선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 순간 영화가 묻는 대상도 바뀐다. 어떤 영화는 우리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어떤 영화는 우리를 놀리고, 어떤 영화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즐기고 있는지 되묻는다.
그래서 인물이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을 만났다면 표정만 보지 않아도 된다. 그 시선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보면 장면의 목적이 훨씬 선명해진다.


